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논평]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의 청각장애인교원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에 따른 차별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환영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4년 2월 23일에 14개 시·도교육청 교육감에게 소속 청각장애인 교원으로 하여금 의사소통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밝혔다.

우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는 인권위가 14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에 대한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차별시정을 권고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

인권위는 서울, 인천, 전남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에 소속 청각장애 교원 중 의사소통 편의가 필요한 교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특히 중증 청각장애가 있으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교원을 우선 지원하며, 그 외 교원에 대해서도 의사소통 편의 제공 필요성을 심사해 합당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계획과 예산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 결정으로 그동안 청각장애 교원들이 겪어온 차별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교조는 2023년 1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청각장애인교원에 대한 전국 교육청 및 교육부의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에 따른 차별 진정을 제출했다. 그에 앞서 2022년 11월에는 서울 소속이자 장교조의 수석 부위원장인 청각장애인 교사가 당시 청각장애인교원 편의지원 사업이 전무했던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차별 진정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2023년 4월 두 진정을 검토한 결과 차별 실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직권조사로 전환해 '청각 장애가 있는 교원에 대한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 직권조사(사건번호 23직권0000500)'를 진행하고,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피조사기관으로 전환하여 조사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2023년 12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차별시정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장애인교원으로 구성된 장교조와 청각장애인교원 당사자가 제기한 문제를 인권위가 적극 수용하고 철저한 조사 끝에 내린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장교조가 2023년 초 실시한 청각장애인교원 대상 실태조사 결과는 교육 현장에서 청각장애 교원들이 겪는 의사소통 장벽과 차별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수업, 회의, 연수, 학부모 상담 등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장애로 인해 승진, 연수, 업무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을 방해하고 장애교원의 전문성 발휘를 가로막는 심각한 차별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는 차별이었다.

202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의 청각장애인교원 지원 예산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서울은 청각장애인교원 문자통역 지원에 3억원을 편성했고, 인천은 문자통역(속기)에 6천만원, 전남은 의사소통 지원에 1억원을 배정했지만, 이를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은 체계화된 별도의 의사소통 편의 지원 사업을 전혀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현장의 청각장애인교원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의 근로지원 서비스이다. 2022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이 개정되면서 공무원인 교원에게도 근로지원 서비스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공무원 부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각 교육청에서 각각 조금이나마 예산을 편성하여 장애인교원을 지원하였지만, 2021년 7월 장애인고용법이 개정되고 2022년 시행이 예정된 이후로 전국의 대부분의 교육청은 장애인교원을 위한 더 이상의 편의제공 예산을 수립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공단에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과 공무원 부문에도 도입된 근로지원 서비스를 이유로 모든 편의는 공단을 통해서 받으라는 입장만 반복하였다. 직권조사 과정에서도 교육청은 같은 주장만을 반복하였지만, 인권위는 이러한 교육청의 주장에 대하여 피조사자들인 교육청이 납부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따라 고용하여야 할 장애인을 피조사자들이 고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부담금으로서 이를 납부했다는 사실과 사용자로서의 편의 제공 의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인권위가 이번 시정 권고를 통해 사용자가 공단에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공단에서 제공하는 근로지원 서비스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사용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에 대하여 명확한 해석을 함으로써 공단의 근로지원 서비스를 핑계로 편의 제공을 하지 않던 사용자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가 있다는 법적 책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 결정은 그동안 방치되어 온 청각장애 교원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교원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장애 이해와 평등 의식을 심어주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인권 존중의 가치를 확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처음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장교조의 배성규 수석부위원장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원칙을 무시한 체 다른 사람을 형식적으로만 같게 대우하는 것 만큼 차별적인 것이 또 있을까하며 상당히 늦었지만, 이제야 차별이 인정된 것이 만시지탄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김헌용 장교조 위원장은 "전국 300명의 청각장애인교원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결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청각장애인교원은 이중, 삼중의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교육청도 편의를 먼저 고려한 곳은 없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지원이 전무했던 14개 교육청은 물론 아직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울, 인천, 전남도 청각장애인교원의 학교생활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맞춤형 통역 지원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이번 인권위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청각장애인교원 의사소통 편의 제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소속 청각장애 교원들의 교육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장교조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해 나가길 촉구한다.

2024. 3. 13.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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