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근 선전전에 혜화역 엘리베이터 일시 중지 조치
장애계 “당사자 권리 배척한 결과” 규탄… 인권위 진정 제기

지난 6일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안내문. 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로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 조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금일 예정된 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이용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하여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합니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6일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 앞에 자리한 안내문이다.

이 날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혜화역에서 지하철 출근 선전전을 시작한 날이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알리고자 투쟁에 나선 장애인 당사자들이 마주한 것은, 혜화역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지한다는 차가운 문구였다.

전장연은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혜화역은 팻말과 함께 지하철 엘리베이터 운행을 원천봉쇄했다.”며 “더 경악스런 것은 이번 원천봉쇄는 서울교통공사의 지시에 의한 조치라는 혜화역 측 입장.”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지난 9일 전장연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전전을 불법시위로 규정하며 엘리베이터 운영을 막아버린 서울교통공사 등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교통약자법 일부개정안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지하철 출근 선전전에 나선 장애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선전 막은 혜화역 엘리베이터… “장애인 권리 배척한 결과” 인권위 진정

앞서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장애계단체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돼, 장애인 이동권을 법률상 장애인의 권리로 명문화했다.

많은 변화가 이뤄졌으나, 장애계의 눈길은 따갑기만 하다.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는 요원하다는 것.

특히, 안전한 이동환경을 위한 시내버스 저상버스 보급률의 경우, 여전히 저조한 수치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2~2016년)’에서 저상버스 목표 보급률은 41.5%였으나 2016년 말까지 실제 보급률은 19%에 그쳤다. 현재 추진 중인 ‘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년~2021년)’에서도 저상버스 목표 보급률은 42%이나, 지난해 말 기준 보급률은 28.8%에 불과했다.

이에 전장연은 ‘저상버스 및 일반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외치며 혜화역으로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출입금지’ 테이프와 엘리베이터 운영을 일시 중지한다는 안내문이었다. 

당시 혜화역 3번출구 엘리베이터는 봉쇄되지 않았으나, 이 사실을 몰랐던 당사자들은 다음 정거장인 한성대입구역으로 이동해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 내부로 가야만 했다.

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혜화역 엘리베이터를 봉쇄한 서울교통공사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교통공사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SNS를 통해 “혜화역 출근길 시위가 예고돼 4호선 출근실 시민들의 큰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출근시간대만이라도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를 잠정 운행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연대의 방향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며 “아울러 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다수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한 시위는 가급적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장애계는 엘리베이터를 봉쇄한 이번 조치를 장애인 권리 침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전장연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서울교통공사 등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20년을 외쳐도 제대로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현실과 꿈쩍도 하지 않는 국회의 모습과 함께,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의 지하철 장애인 엘리베이터 원천봉쇄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토막토막 잘라내며 철저하게 배척하고 무시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의 경악스러운 야비한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우리는 내일도 혜화역에서 ‘교통약자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는 지하철 출근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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