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의류매장에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피팅룸 없어

A씨는 ㄱ백화점에서 여름옷을 사기 위해 의류매장에 방문했다. 선택한 옷을 갈아입기 위해 피팅룸을 갔지만, 높은 문턱과 좁은 출입문 때문에 휠체어를 탄 상태로 입장할 수 없었다. 옷을 먼저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와 입어봤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교환을 위해 왕복 2시간 거리의 의류매장을 다시 방문하는 일을 겪었다.

B씨는 티셔츠를 사기 위해 ㄴ아울렛에 방문했다. 넓은 피팅룸이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휠체어가 입장해 회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의 피팅룸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전시된 옷들 사이에서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으려고 노력했다. 혹여나 사람들이 오거나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빠르게 갈아입으려고 해도 여건상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피팅룸(간이탈의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의류 제작과 판매는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어, 그동안 장애인이 옷을 선택하고 사는데 제약이 있었다.

최근에는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가 생겨나는 등 장애인의 ‘입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변화가 있음에도, 정작 의류를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체·뇌병변장애 중 수동휠체어 이용자는 5.3%(8만2,052명),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2.3%(3만5,607명) 총 11만7,659명으로 조사됐다.

약 12만 명에 가까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의류매장에 방문했을 때 스스로 옷을 갈아입기 힘든 환경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장애인의 편의를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대기업 의류매장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편하게 탈의할 수 있도록 공간이 큰 장애인용 피팅룸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이외에 대부분의 의류매장은 장애인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턱과 더불어 출입문과 내부 공간 규격이 좁은 경우가 다수다. 매장 내 공개된 공간에서 탈의하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탈의가 불가능하다.

장애계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피팅룸 설치가 보편화되려면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의편의법) 시행령 제3조(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에 명시된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내 판매시설에는 의류매장이 별도로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시행령 4조(편의시설)에는 샤워실 및 탈의실은 편의시설로 등록돼 있지만, 의류매장 피팅룸과 같은 독립적인 간이탈의공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 의류매장 내 휠체어 장애인용 피팅룸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장애인등의편의법 시행령 3조(대상시설)에 판매시설 항목 내 의류매장 추가, 시행령 4조(편의시설)에 기타시설 항목 내 피팅룸 추가 및 권장 기재, 시행규칙 2조(세부기준)에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내 피팅룸 규격 등 설치기준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누리집(kodaf.or.kr)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장애인의 일상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5개 장애인단체들이 연합하여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협의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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