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48만여 원으로 생활하던 김씨, 그마저도 끊길 위기 처해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김준기(가명·남·39, 지체장애 1급) 씨는 지난 달 11일 동 주민센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미 10여 년 전, 부모님의 이혼과 동시에 연락을 끊은 아버지의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탈락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중증장애로 인해 직장을 갖지 못했다는 김씨의 한 달 수입은 생계비로 받는 33여만 원과 장애인연금 15만 원을 합쳐 48여만 원이 전부다. 이 중 전기세 및 관리비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 30여만 원, 그나마도 겨울이면 난방비로 5만여 원의 지출이 더 발생한다.

김씨는 “사실상 수급비로 생존해왔는데,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되면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당장 다음 달부터 활동보조 부담금도 내야 한다. 현재 활동보조 180시간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자부담을 내면서 활동보조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매일 먹어야 하는 약값까지 생각하면……. 요즘 이런 것을 신경 쓰느라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어머니는 “남편이 주유소를 운영했지만, 동네 장사를 하다 보니 전부 외상이었다. 계속 적자가 나니 남편은 은행 대출도 모자라 사채까지 끌어 썼다.”며 “이 와중에 남편의 외도로 지난 2001년 이혼했다. 이후 아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빚을 얻어 집을 마련한 후 먹고 살기위해 주유소 아르바이트나 아파트 청소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24시간 활동보조가 붙어있어야 할 정도로 장애 정도가 중하다. 아들의 활동보조를 오래 하다 보니 나 역시 몸에 무리가 와 습관성 마비와 관절수술한 다리 때문에 그나마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김씨를 수급권 탈락위기에 놓이게 한 아버지의 재산은 도로 옆, 접도지역에 위치한 토지와 이곳에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 때문이라고. 땅값이 상승한데다, 이 땅에 설치한 컨테이너박스에서 임대수입이 발생하자 정부는 김씨의 수급권을 탈락시키려고 했다.

김씨는 “생활보호대상자에서 탈락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후, 10여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에게 연락해 공증을 받았다.”며 “아버지 앞으로 은행 빚이 1억8,000만 원과 사채 빚 2억 원이 있으나 공증자료에 사채 빚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담당자들은 서류상 아버지가 수입이 있기 때문에 내 기초생활수급을 탈락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김씨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수급비 탈락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김씨에게 지급한 수급비를 그의 아버지에게 받겠다는 관청의 방침 때문.

일산동구청 관계자는 “김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조사한 결과, 생활비(기초생활수급비)를 이전처럼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김씨의 아버지가 수입이 있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아버지에게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김씨는 “아버지가 생활비를 줄 수 있는 형편이면 아버지에게 받지, 굳이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되려고 하겠나. 아버지가 수입이 있다하더라도 이미 10여 년간 연락이 끊긴 채 살아왔다. 게다가 현재 수입으로는 빚의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일산동구청 담당자는 “김씨의 부양의무자인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땅값이 올라 대상기준을 초과한데다 월세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김씨에게 ‘수급 대상자 탈락’이 아닌 ‘탈락 위기에 놓였다’고 통보한 것.”이라며 “실태조사 결과 부양의무자(김씨 아버지)의 나이가 65세 이상이고,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김씨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선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속 수급권을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김씨의 딱한 사연을 생활보장심의위원회 심의에 올릴 수 있도록 안내했다. 현재 심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칙대로 한다면 김씨의 부양의무자인 아버지는 김씨가 수급 대상자가 되기 전부터 재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부당 지급된 금액을 환수조치 해야 한다. 하지만 부양의무자가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을 참작해 아버지에 대한 환수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장애계 한 관계자는 “중증장애로 인해 일할 수 없어서 수급대상자가 됐건만, 아버지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기초생활보장법의 도입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서글픈 현실.”이라며 “정부에서는 억울하게 수급권에서 탈락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현장과의 너무도 체온차가 크다. 결국 기초생활수급법 상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