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장애인연대 출범 예정… “비례대표 당선권 내 10% 이상 공천 및 할당”
전장연 등 4개 단체, “공약 개발 아닌 ‘정치권 줄서기’로 변질” 탈퇴 선언

2012년 총선·대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장애계에서도 비례대표제를 주장·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범장애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해 12월 15일 ‘2012 장애계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장애인계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10대 과제 발표와 취지를 같이하는 18개 장애계단체를 중심으로 한 2012총선대선장애인공약개발연대(이하 공약개발연대)가 꾸려졌다.
 
공약개발연대의 주요 활동 목표인 장애인계 비례대표제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장애계가 연합 공천을 통해 추천하는 비례대표의 당선권 내 10% 이상 공천하고 ▲비례대표의 장애인 할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당의 당헌당규 및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통해 당직·공직자 10% 이상을 장애인으로 할당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
 
공약개발연대 측은 “당사자가 직접 정치참여를 통해 현안을 해결할 때 그 실질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계만 보더라도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자 중 100분의 50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17대 국회부터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보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민주노동당(국회 10%, 지방의회 5% 할당)과 진보신당(국회 5%, 지방의회 5% 할당) 등은 당직 및 공직 장애인 할당을 통해 장애인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6.2지방선거에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서울시 비례대표 공천권을 장애계 선거연대에 위임했으며, 장애인추천보조금 2억2,677만 원을 지급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장애계단체에서는 장애인계 비례대표제가 자칫 장애인단체장의 총선 출마의 발판을 마련하는 ‘정치권 줄서기’로 변질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4개 단체는 12월 초 10대 공약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계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공약개발연대 탈퇴를 선언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공약은 철저하게 정책과 제도에 대한 내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책과 제도 중심의 공약 개발보다 장애인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공약이 아닌 장애인계 후보 지지운동 또는 정치권 줄서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갈렸다. (우리는) 장애인의 건강권에 영향을 미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것을 명시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하는 한나라당에도 장애인계 추천 인사를 비례대표를 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뿐만 아니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사항에 추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장애인과 관련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자 2012총선대선장애인공약개발연대 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을 중심으로 총선장애인연대를 구성해 연대를 제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장애계 한 관계자는 “공약개발연대의 태생자체가 장애계 인사를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정에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장애인 당사자를 과연 장애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단체장들의 줄서기 장이 될 것이라는 전장연 등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척박한 장애계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자칫 자충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판 줄서기’라는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 방식을 차용 장애계에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즉 각 정당별로 비례대표 참가를 원하는 후보자 군을 모집한 후 전국을 돌며 ‘외부 선거인단 70%, 당직자 30%’ 방식으로 투표해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정한다는 것.
 
이에 대해 또 다른 장애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도 방지하고, 장애계 비례대표의 필요성을 일반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연 흥행이 가능할지 미지수고, 공정성을 위해 장애유형별로 참가자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짬짜미’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후보군을 추천받아 각 당에 제안한다 하더라도 새로 재편되는 각 정당의 내부 상황 때문에 장애계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장애계 대중의 지지를 받아 진행해야할 텐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서 가능할지에 대한 여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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