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역 0점 받고도 B등급인 장애인시설 23%… “합리적이며 타당한 평가지표 돼야”

학대·성범죄 등 심각한 인권영역 행정처분을 받아도 장애인시설평가에서 통상 우수 등급으로 보는 B등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은 이러한 인권 분야 관련 행정처분을 받으면, 장애인시설평가 시 평가 지표 중 인권영역을 0점 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가 심각함에도 평가 지표상 인권 영역 배점이 100점 만점 중 15점에 불과해, 0점 처리되더라도 최대 85점으로 B등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공개했다. 그 결과 인권영역에서 0점을 받은 시설 중 B등급인 장애인 시설은 23%에 달했다.

실제 최 의원이 부산광역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한 시설은 시설종사자가 거주자를 2회에 걸쳐 강제 추행한 사건으로 행정명령을 받았음에도 평가등급 B를 받았다.

인권영역 0점을 받은 시설 등급 현황(위)과 학대 및 성범죄로 인해 행정명령을 받은 시설 현황. ⓒ최혜영 의원실
인권영역 0점을 받은 시설 등급 현황(위)과 학대 및 성범죄로 인해 행정명령을 받은 시설 현황. ⓒ최혜영 의원실

또한 A·B등급을 받은 시설 1,245곳 중 147곳(11%)은 행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사유는 회계 부적정, 보조금 또는 후원금 용도 외 사용, 시설 종사자 호봉 부적정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A·B등급의 17.2%가 행정명령을 받았으며, 시설장 교체 수준의 처분인 ‘2차 개선명령’을 받은 곳도 13곳에 달했다.

반면 낮은 등급을 받은 시설의 운영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제공하는 맞춤형 컨설팅의 실효성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컨설팅을 받은 후 등급이 상승한 장애인 시설은 153곳 중 104곳(67%)에 불과했다.

2회 연속 D·F 등급을 받은 시설의 비율도 높았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80곳 중 57곳(71%)이 연속 D·F 등급을 받았으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우 11곳 중 8곳(72%)이 연속 D‧F 등급을 받았다.

이에 최 의원은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에도 시설평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런 시설들이 좋은 등급을 받으면 국민들이 평가제도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평가 지표와 배점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한편, 맞춤형 컨설팅에 대해서는 “사회서비스가 주로 민간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시설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평가에서 그칠게 아니라 낮은 등급 시설들에 대한 컨설팅의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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