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선거개표방송을 통해 결과를 알고자 하는 것은 참정권의 연속선상의 권리”

선거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방송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개선을 권고했다.

지난 21일 인권위는 “지상파방송사가 지방선거개표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하고, A방송사 사장에게 청각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선거개표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지난해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이 득표상황 이외의 선거 설명과 전문가 좌담 등 음성언어로 진행되는 방송 부분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며 선거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2개 방송사는 지난 4월 7일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해, 해당 방송사에 대한 진정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로 보아 기각했다.

반면, A방송사는 '선거개표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을 송출하고 있고,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청자가 선거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단 자막에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별도의 수어통역서비스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또한 ‘수어통역을 배치할 경우 그래픽 구성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선거개표방송 1부와 2부 사이 진행되는 뉴스에서는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방송사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을 송출하고 있지만, 비장애인도 제한된 시간 내에 자막만으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청각장애인도 자막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수어통역 화면으로 인해 시청화면의 일부분이 가려져 비장애인 시청자가 겪는 불편함은 개표방송에 대한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과 박탈감에 견줄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거방송에서는 정치평론가 또는 전문가가 선거결과를 예측하면서 선거결과에 따른 변화를 전망하거나 평가하는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수어통역서비스가 없으면 청각장애인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러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유권자가 선거개표방송을 통해 참정권 행사 결과를 알고자 하는 것은 참정권의 연속선상의 권리.”라며 “선거 결과는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거개표방송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 중대하고 우선적인 방송프로그램이고, 이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A방송사가 선거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및 제3항에 위배되는 차별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개선을 권고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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