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편의법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 장애계, 모든 공중이용시설 편의시설 의무설치 촉구
“소규모 음식점 등 여전히 이용 어려워… 매장규모 상관없이 접근성 높여야”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공중이용시설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면적기준으로 제한된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의무조항에 대해, 장애계가 모든 공중이용시설로 설치 의무를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공중이용시설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는 시행령 입법 예고를 통해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은 장애인에게 출입금지 공간으로 남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도 시민이며, 우리의 모든 공간은 누구나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개정령안을 철회하고, 입법 과정에서 장애인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5평 이상 매장만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의무… “소규모 매장은 출입금지 구역인가” 질타

그동안 장애계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의점, 식당 등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이에 지난 2018년 장애인단체들과 공익소송 변호사들은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발족을 시작으로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숙박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차별구제소송을 진행했다.

해당 소송은 3년간의 조정과정을 거쳤으나, 재판부의 조정과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일부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본안소송으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함께 면적기준을 폐지하고, 합리적 방안으로 편의시설 설치를 진행할 수 있는 법안개정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8일 보건복지부는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경사로 설치를 확대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장애인등편의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를 통해 슈퍼마켓·일용품 소매점, 일반음식점의 장애인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현행 300㎡(약 90평) 이상에서 50㎡(약 15평) 이상으로, 이용원·미용원의 장애인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현행 50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강화하는 등 개선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면적기준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들.

반면, 장애계의 눈총은 따갑기만 하다. 이전보다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나, 실제 이용 가능한 공간은 한정적이란 것.

특히, 해당 개정령안이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신축, 개축, 증축하는 건물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만큼, 기존의 건물들은 법 적용에서 제외돼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는 설명이다.

차별구제소송에 참여한 공대위 이재근 변호사는 “정부는 지난 3년간 우리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더러, 단순히 면적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기준이 바뀌면 이전보다 접근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나, 우리 주위에 많은 공간들은 그 기준에 해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 예고한 내용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여전히 밖에 갈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제라도 면적기준 전면 철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간단한 물건을 사더라도 장애인들은 턱과 계단으로 인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반복됐다. 37년 전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김순석 열사의 투쟁이 있었으나, 지금도 당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에 놓여있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면적기준 규정을 두고 있는 한, 여전히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개정령안을 철회하고, 나아가 진정성 있는 논의가 펼쳐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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