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따라가면 사거리 한복판… 권익위 “점자블록에 대한 실태점검과 관리 강화해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점자블록 위에 전봇대가 설치돼 있거나, 점자블록이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중간으로 향해있는 등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가 최근 3년간의 민원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2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2020년까지 민원분석시스템으로 수집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이 2,847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전 3년간 접수된 1,672건의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로, 무관심 속에 방치된 점자블록의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파손된 채 방치되고, 불법주차에 시설물 침범까지… 점자블록의 수난

유형별로 보면 ▲점자블록 파손·훼손(1,257건) ▲불법주차 차량 및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603건)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신규 설치 요구(596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325건) 순으로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

먼저, 국민들은 파손·훼손된 점자블록이 그대로 방치돼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것을 가장 우려했고, 실제로 사고를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점자블록 파손상태가 심각합니다.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장애인이 파손된 점자블록에 걸려서 넘어질 번한 것을 보니 이건 아닌 것 같아 신고합니다. 그냥 보소하는 것만을 떠나서 제품 선정에도 신경써주세요.(2018년 2월)”

“점자블록이 침하되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넘어질 우려가 있고 점자블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조치해 주세요.(2020년 9월)”

또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해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점자블록 위에 노점을 설치하고 물건을 쌓아두거나 심지어 점자블록을 무시하고 버스정류장이나 전봇대가 설치된 사례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친구가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점자블록 위에 설치된 전봇대에 부딪힐 뻔했습니다.(2019년 11월)”

“점자블록 위에 오토바이가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여 보행자가 차도로 걷고 시각장애인이 장애물을 피하려다 신호등 기둥에 부딪히는 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2020년10월)”

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기 어려운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등 장소에 점자블록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차로 횡단보도 앞 보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교차로를 인지하기 어렵고 보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안전한 환경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점자블록을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2020년 7월)”

“도로 공사로 인해 불가피하게 임시 버스정류장을 설치해 놓았는데,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버스에서 내리셨는데, 점자블록을 찾으려고 하셨지만 찾지 못해 하마터면 빨간색 띠를 넘어서 공사장에 들어갈 뻔했습니다.(2020년 12월)”

점자블록이 있더라도 설치 방법에 맞지 않게 잘못 설치돼 다시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횡단보도를 향해야 할 선형블록이 교차로 중간으로 향해 있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설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설치된 점자블록이 다양한 불편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거리에 있는 선형블록이 횡단보도에서 벗어나도록 잘못 설치되어 있습니다. 현재 설치된 선형블록을 따라 이동했다간 사거리 한가운데로 들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다시 설치해 주세요.(2018년 1월)”

“점자블록은 2가지 신호밖에 없어서 배치가 중요한데, 점형과 선형 점자블록이 뒤섞여 있습니다.(2018년 9월)”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방향의 지표가 되는 선형블록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OO네거리에 설치된 선형블록이 왕복 11차로를 향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니 빠른 대응을 부탁드립니다.(2019년 5월)”

이에 국민권익위는 △지자체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신고 건에 대해 즉각 조치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조속한 설치 △기준 미비 및 방향 유도에 오류가 있는 점자블록 재설치 △지역 주민참여를 통한 점자블록 실태조사 범위 확대 등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민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서는 점자블록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관계기관에서 개선 조치가 안 되는 사항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에서 직접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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