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밀알복지재단 헬렌 켈러 센터 홍유미 팀장 인터뷰

최근 개봉한 특별한 영화가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를 통해,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가 지난 12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를 본 순간 지나칠 수 없는 세상이 일상에 들어온다”

출처.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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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재식’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영’의 전재산을 먹튀하기 위해 ‘지영’의 딸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은혜’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아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를 귀찮아 하던 ‘재식’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은혜’만의 특별한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청각장애를 다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지난 2008년 이창원 감독이 본 한 신문기사에서 출발한 영화다.

2008년 1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청각중복장애 아동과 관련한 교육대책이 전혀 없다면서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교육정책 수립을 교육부장관에게 권고했다는 기사를 본 것.

특히 영화는 자칫 단순히 소재로만 활용될 수 있었을 시청각장애라는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 이에 대한 정보를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그 진정성과 감성을 마음 깊은 곳까지 전달하고 있다.

제작진은 스토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밀알복지재단과 사회공헌 제휴 협약을 맺기도 했다. 더불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진구가 ‘헬렌켈러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률안 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캠페인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 ‘헬렌켈러법’ 제정 향한 열망

시청각장애는 시각과 청각 중복 장애로, 국내에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나 법적 정의 조차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시청각장애인지원법(이하 헬렌켈러법) 입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이다. 시청각장애는 보고 들을 수 없어 외부와 소통의 단절을 겪는 중증 장애이나, 현행법상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구분돼 있지 않아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속 ‘법이 그래서’라는 대사는 이들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다음은 헬렌켈러법 제정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홍유미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진상 가장 오른쪽(밀알복지재단 헬렌 켈러 센터 홍유미 팀장) 2019년 프로보노 시청각장애인 캠프 때
2019년 프로보노 시청각장애인 캠프 당시, 밀알복지재단 헬렌 켈러 센터 홍유미 팀장(사진 가장 오른쪽).

Q. 시청각장애란?

시각과 청각, 중복적 장애를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신 분들이 계시지만, 대게 후천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요. 또 뇌병변 중증 중복 중에도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으로 잘 볼 수 없어 의사 표현을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뇌병변장애로만 판정되고, 시청각장애에 대해서 소홀한 부분이 있고요. 시청각장애인분들의 장애 스펙트럼이 넓어요.
 
현재 정확한 시청각장애인구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사회연구회에 실태조사를 의뢰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어요.

추정치로는 1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3년마다 장애인 실태조사 할 때 보면, 1만800여 명 정도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유형으로 등록이 되면 어떤 장애를 무슨 장애라고 한다고 정의가 있어요. 그런데 시청각장애인은 정의가 없어요. 그래서 추정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Q.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보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지원도 부족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나?

예를 들어서 시각장애로 자라다가 청각이 복합된다던가 또는 농아인으로 자라다가 시각이 복합되면, 기존의 인지 능력이 있어 점자를 배운다든지 나름 교육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은혜’처럼 태어날 때부터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어려움이 많아요.

시청각장애는 단독 장애입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의 연장선으로 교육을 하면 안 됩니다.

저는 이렇게 표현할게요. 시청각장애는 시각 곱하기 청각장애다. 새로운 장애 영역이에요. 시청각장애를 위한 단독 교육이 필요합니다.

외국에는 관련 기관들이 있어요. 교육 방법은, 남아있는 감각에 계속 ‘인지 자극’을 줘요. 그럼 나중에는 그걸 바탕으로 남아있는 시각이나 청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교육을 하죠. 그렇게 인지발달을 지속해서 시켜주는 교육과정이 있고요. 수화나 점자를 익히지 못 할 정도라면, 의사소통 대체 수단이라든지 이런 신호체계들을 익혀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교육 기관들이 없습니다.

시각이 좀 더 안 좋으면 시각장애 학교로, 청각이 좀 더 안 좋으면 청각장애 학교에 가는 거죠.

외국은 훈련이 잘돼서 밖에 혼자 다니시는 시청각장애인분들도 계세요. 인식 교육들도 잘 되어 있고요. 우리도 곧 그렇게 돼야죠.

Q. 시청각장애인들의 가장 큰 불편과, 필요한 점은 무엇이 있나?

일단 이동의 불편이 있고, 제일 중요한 건 의사소통 문젠데요.

당장 시청각장애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는 있어도, 의사소통 지원을 할 수 있는 분은 거의 없어요. 우리나라 활동지원사 교육에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라던가 시청각장애인은 어떤 장애이고, 어떻게 대화해야 하고 이런 교육이 전혀 없거든요.

Q.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헬렌켈러법 제정 운동이 진행중인데, 어떤 법안인가?

먼저, 시청각장애의 정의를 내려달라는 겁니다. 시청각장애를 장애인법상의 단독 장애로 인정해달라는 것이고요.

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실태조사를 철저하게 해달라는 거죠. 그리고 서비스전달체계를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 설립과 시청각장애인 모임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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