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논평

[논평] 지체장애가 모든 장애를 대변하나

“가장 수가 많은 지체장애인 협회에서 (국회의원)이 탄생하는게 좋다”

얼마전 자유한국당에서 지체장애인을 ‘영입’하면서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이 발언한 이야기다. 심 의원의 이 말을 해석해보면 지체장애는 장애인들 중에서 가장 수가 많으므로 장애인 국회의원도 지체장애인들 사이에서 공천하는 것이 낫다는 소리로 여겨진다.

물론 장애인들 중에서 지체장애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장애는 지체장애를 비롯해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장애가 있으며, 단순히 수가 많다고 해서 지체장애가 모든 장애영역을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까지 국회는 다양한 장애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13대 총선부터 현 20대 국회까지 선출된 장애인 국회의원을 장애유형별로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의 장애인 국회의원은 지체장애였을 뿐, 청각은 찾아볼 수 없으며 그나마 시각에서 몇 명이 나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물론 스스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심 의원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체장애인들 또한 지금처럼 계속 국회에 진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체장애에 편중해서 지체장애인들만 국회에 입성하고 장애인을 대표한다고 한다면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소수자의 권리를 포함해 다양성을 아우르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이라면 심 의원의 발언은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심 의원 스스로의 무게는 일개 지체장애인으로서 발언한 것이 아니라 제1 야당의 대표로서 모두의 대표가 된 심 의원이 발언한 것이기에 그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

정말로 장애인의 대표로 선택되려면 ‘지체장애’라는 이유로 선택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사회에서 대표성을 담보할 공정성과 경쟁이 존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심 원내대표의 ‘지체장애’ 발언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고한다.
정당과 국회는 각 장애인 별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애인 대표 선출방안을 마련하라.

2020년 2월 4일

한국농아인협회

 

*칼럼과 기고, 성명과 논평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