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성명〕장애혐오와 장애극복, 그 혐오의 잣대를 걷어내라 

참담하다.
집권 여당의 대표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저열하고 장애혐오적 발언이다.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을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우리나라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실이 오히려 혐오스럽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한 달 전에 장애인 당사자를 첫 번째 인재 영입으로 발표하면서 장애극복을 전시 삼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다시 ‘장애 = 극복’이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장애인의 삶을 가둬, 총선 홍보용으로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에 장애대중은 실망하고 분노했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 정치 참여라는 대의적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장애계의 중론에 비판을 자제하였다. 그러나 정치권의 장애혐오발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 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묻겠다.
첫째, 비장애인으로 살다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에 비해,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의지가 약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둘째, 비장애인의 삶이 ‘정상적’으로 사는 삶이라면, 250만 장애대중의 삶은 ‘비정상적’인 삶인가?

이 땅의 250만 장애인의 삶이 ‘비정상적’인 삶이라면, 그 이유가 그 개인의 의지박약 때문인가, 아니면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적인 삶으로 단정하는 이해찬 대표와 같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기제 때문은 아닌가?
‘장애’는 극복해야 할 역경도, ‘비정상’인 삶도 아니다. ‘장애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장애’라는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다. 장애인의 삶이 어려운 것은 개인의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사회적 조건 때문이라는 사실임을 정치권은 분명히 각성해야 한다.

이해찬 대표는 이 땅의 250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세 가지 죄를 지었다.
1. 장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장애를 혐오한 죄
2. 선천적 장애인을 비하하고 후천적 장애인을 구분해 갈등을 조장한 죄.
3.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쯤으로 치부함으로써 개인의 불행으로 폄하한 죄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장애혐오사태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하고, 이해찬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자리를 사퇴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장애’혹은 ‘장애인’을 선거를 이기기 위한 선정적인 홍보용 소재꺼리나 서로를 헐뜯고 비하하는 표현에 이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 다시 이러한 장애비하적, 장애혐오적 행태가 되풀이 된다면 전 장애계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월 16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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