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그곳에 사람이 있다’ 김희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포센터에서 권익옹호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희선입니다. 저는 남양주에 있는 ○○원이라는 개인운영시설에서 23년을 살다가 나왔습니다.

‘집에 전화해주세요. 엄마에게 전화해주세요’

아빠가 어느 날 저에게 ‘너 학교가자’고 했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저는 집에 있을 때 학교 다닌 적 없이 맨날 집에만 있었어요. 그래서 ‘나 안가’ 했지만 엄마, 아빠가 ‘가’라고 해서 별 수 없이 ‘네’라고 했어요. 그런데 맨 처음에 가서 보니까 학교가 아니었어요. (눈물) 이상했어요. 사람들이 다 이상했어요.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 집에 가고 싶다고 밥을 안 먹었어요. ‘집에 전화해주세요. 엄마에게 전화해주세요.’ 했는데 안 해줬어요.

○○원은 부부가 다 목사예요. 원장 가족은 둘 다 목사고, 딸 셋 아들 하나있었어요. 이 가족들이 다 시설 근처 집에서 살았어요. 딸 1명은 시설에서 선생님으로 일했어요. 딸도 엄마하고 똑같았어요.

처음엔 돼지우리같이 안 좋았어요. 화장실도 밖에 저기 멀리 있었어요. 큰 거실에 그냥 칸막이 치고 남자방 하나, 여자방 하나 있었어요. 55명이 있었어요. 화장실은 걸을 수 있는 오빠가 다른 사람들 부축해줘서 갔어요. 근데 전 못 걸으니까 부축을 안 해줘서 갈색 세숫대야 놓고 거기다 보게 했어요. 남자방은 컵에 보게 했어요. 그렇게 살다가 원장이 2002년에 땅을 샀어요. 어떻게 샀는지는 몰라요. 원장이 말을 잘해요. 그러니까 어디서 후원받았나. 땅을 사서 거기에 집을 지어서 우린 거기로 옮겨갔어요.

새로 옮긴 데 1층에는 남자방, 여자방, 화장실 있었어요. 2층엔 안 가봤는데 선생님 둘이 컴퓨터 하는 사무실이 있었어요. 선생님은 5명이 생활재활교사고 2명이 컴퓨터 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2002년부터 나올 때까지 2층엔 못 가봤어요.

나 정말 아무것도 안했는데 문제래...

거기서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기도해요. 하루 종일 기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자기방 청소하고. 한글도 모르는데 성경 외우게 하고. 12시에 점심 밥 먹고 5시에 밥 먹고 9시에 자요. 그거 말고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안 해요. 예배도 예배가 아니야. 예배는 그냥 혼나는 거예요. 예배는 원장이 보는데 사람들한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하면서 혼나는 거예요. 나보다 어린 애들도 있었는데 학교 안 보내줬어요. 아무것도 안 알려줬어요.

어느 날 내가 밤에 소변을 봤어요. 혼자 못 움직이는데 밤이니까 불러도 언니들도 다 자니까 바지에 소변을 봤어요. 언니들이 그걸 치워야 하니까 언니들도 화나서 원장님한테 일렀어요. 그래서 언니들하고 원장님이 절 각목으로 퍽퍽 때리고, 엉덩이도 때리고, 허벅지도 때렸어요. 피가 팍 터졌어요. 나중에 목욕하는데도 피가 또 터졌어요. 그래서 병원까지 갔는데 엄마아빠는 전혀 몰라요. 어느 날 여름에 장애인들만 모여서 영성훈련하는 기도원에 갔다가 아빠를 만났어요. 아빠가 제 엉덩이를 보고서는 ‘거기서 때린 거야?’ 물어봐서 제가 ‘응, 거기서 때렸어’ 했는데 아빠가 화가 많이 나셨는데 아무 말씀도 안하셨어요.

시설에 사람들이 목욕시켜주로 오는데 뜨거운 물로 씻겨줘서 내가 화상이 났어요. 그 사람들이 물을 못 맞춘 건데 내가 혼자 그 물을 발로 차서 화상 입은거라 했어요. 내가 아니라고 그랬는데, 내가 아니라고, ‘엄마, 나 아니야. 내가 찬 거 아니야.’ 했어요. 그런데 원장님은 안 믿었어요. 나한테 사과도 안했어요. (눈물) 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맨날 원장님이 그랬어요. “넌 문제야, 문제! 문제! 문제!”라고 했어요. 나 정말 아무것도 안했는데 문제래...

시설에 자원봉사자들 오면 내가 ‘언니, 커피 사다줘.’ 했어요. 그런데 그걸 원장님이 들언 거예요. 원장님이 또 ‘그런 거 왜 얘기하냐’면서 엄청 혼났어요. 어느 날은 같이 사는 언니가 허리 아프다고 해서 원장님한테 말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원장님이 ‘니가 그랬지. 너 때문이지?’ 그랬어요. 나 때문에 그 언니 허리가 아픈 거라고. 내가 ‘아니요’ 했어야 했는데 ‘네’ 그랬어. 아니라고 해도 안 믿어주니까. 그래서 내가 참 밤마다 울고 그랬어요. 마음이 아프고, 화나서 가슴을 쳤어요. 소리도 악!! 지르고 그랬어요. 화나서 밥도 안 먹었어요. 그랬더니 왜 밥 안 먹어!! 소리지르고.

단 한 푼도 못 모았어요

처음에 들어갈 때 계약서 써요. 모든 생활비를 내가 내야한다고 써요. 근데 그게 나한테 수급비가 나오니까 집에서 따로 낼 필요 없이 ‘희선씨 통장에 들어오는 돈 다 빼서 쓰겠다’는 거에 싸인하는 거에요. 거기선 돈을 안 줘요. 나 말고도 다 안줬어요. 원장이 옷 사다줘요. 내 체크카드로 옷을 사줘요. 그 안에서 통장을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돈 달라고 해본 적은 없어요. 눈치 보여서. 나는 내 통장에 얼마들어오는 지도 몰랐어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어요. 매달 수급비가 91만원 나오면 ○○원에서 87만원 인출해가고 용돈으로 한 달에 4만원씩만 줘썽요. 엄마, 아빠가 가끔 돈을 주고 가셔도 못 받았어요. 나올 때 통장 주면서 암말도 안 하더라고요. 맨 마지막달에 통장 받으니까 한 달치 수급비만 들어있더라고요. 23년동안 시설에 살았는데 단 한 푼도 못 모았어요.

○○원에서 23년을 살았지만 나올 때 남은 돈은 단 13만원뿐이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원에서 23년을 살았지만 나올 때 남은 돈은 단 13만원뿐이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아직도 말 안 해요

남자목사님이 여자 3명을 성폭행했어요. 낮에 목사님이 언니들을 불러요. 이따 밤에 나오라 그래요. ○○언니는 원래 1층에 사는데 원장님이 2층으로 오라 그래요. 가끔 2층으로 안 부르고 1층에서도 그랬는데 그건 ○○오빠가 봤어요. 언니가 자기를 만져요. 목사님이 그렇게 하게 시켜요. 내가 언니한테 멈추라고, 가지 말라고 그랬어요. 근데 언니는 ‘안 돼, 갈거야’ 그랬어요. 안 가면 언니가 혼나니까. 언니는 갔다 오면 암말 안 해요. 그 언니는 지금은 자립했는데 아직도 말 안 해요. 어떤 언니는 원래 정신병 없었는데 그거 때문에 심해져서 지금은 정신병원으로 갔어요. 어디 병원인지는 몰라요.

같이 사는데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다른 지적장애가 있는 오빠가 아이를 목욕시켜주다 온 몸이 다 데였어요. 지체장애가 있으면 발달장애인들이 도와줬어요. 교사들은 아무것도 안 해요. 그니까 사고가 난 거에요. 맨날 사고가 나요. 시설에서 그렇게 있다가 아파지면 집에 다시 돌려보내져요. 어떤 언니는 죽었어요. 언니가 밤에 온몸이 다 아프다고 소리 질렀는데, 병원에 안 보냈어요. 밤에 죽었어요. 무슨 병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시설에선 장례 안 치러줘요. 엄마, 아빠가 와서 시신 데리고 가요. 인사할 시간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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