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성명서

4월 2일(화)은 UN이 정한 제12회 ‘세계자폐인의 날’이다. 세계 각지에서 자폐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자폐인을 상징하는 파란 빛을 밝히는 ‘Light it up blue’ 캠페인을 진행하고, 한국에서도 기념식을 가졌다.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제12회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은 기념사를 통해 “자폐인과 비자폐인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해를 당부 드린다”라고 밝혔다.

2014년 5월,「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및 복지 욕구에 적합한 지원과 권리옹호 등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을 제정한지 5년이 지났지만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것도, 생애주기에 따른 복지욕구에 적합한 지원도,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이바지 하겠다는 법의 목적은 이미 무색하다.

정확히 일 년 전 2018년 4월 2일, 전국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발달장애인법이 있으나 예산조차 반영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하며, 발달장애인의 삶을 국가가 함께 책임져 달라는 요구를 하며 209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삭발식을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한겨울 꽁꽁 얼었던 땅에도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나듯,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면 발달장애인의 권리도 함께 자랄 것이라고 간절히 염원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 머리카락은 다시 자랐으나, 여전히 수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농성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 발달장애인의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하며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로 사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으로 혹은 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 고통인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 충격을 일으키는 장애인 인권침해와 학대사건에는 언제나 발달장애인 피해자가 있다. 정부는 난리가 나면 대책마련을 운운하는 보도를 하지만, 언제나 땜빵식의 시늉뿐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발달장애인의 삶에는 파란 빛이 아닌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따뜻하게 다가 갔었나 반성이 든다.”며 임기 내에 ‘발달장애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허울뿐인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을 수립해 놓고 발달장애인 관련예산이 몇 배나 증가했다고 자화자찬만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의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추진 중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하루 최소 2시간 최대 5.5시간만 이용 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시간은 사실상 의미 없이 방치하고 있다. 그나마도 이를 이용하려면, 주간활동서비스와 전혀 상관없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을 월 44시간, 72시간이나 깎겠다고 한다.

원숭이에게 하는 조삼모사도 아니고, 기존 서비스를 깎아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이 어찌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꼼수로 장난치는 보건복지부가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자폐인과 비자폐인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해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당부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먼저 나서서 정책과 예산으로 답해 줄 것을 제발 당부 드린다.

이에 우리는 발달장애인의 삶에 진정한 파란 빛을 환하게 피울 수 있는 ‘진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도입되는 날까지 더욱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2019년 4월 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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