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가 ‘클라이언트’가 아닐까 싶다.
사회복지사가 주로 상담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피상담자를 에둘러 표현할 때 ‘CT(영어 client의 약자)’로 쓰고 ‘클라이언트’라고 읽는다.

이과생인 필자가 사회복지사가 되기 이전에는 클라이언트를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고객'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고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처럼 클라이언트에 대한 인식이 언제나 높은 지위에 있는 갑(甲)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사회복지사 된 이후에 클라이언트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든 존재, 그래서 사회복지사의 원조가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복지에서 클라이언트는 왠지 어딘가 모르게 남루하고 초라한 이미지다.
필자는 1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사회복지사에게 어떤 의미일지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클라이언트의 어원은 고대 로마시대에 파트로네스(Patrones)와 클리엔테스(Clientes)의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파트로네스는 명망 있는 장군, 재력가, 정치가 등 주로 귀족층을 말하고, 클리엔테스는 병사, 노동자, 농민 등의 평민층이었다. 파트로네스는 클리엔테스에게 사회적 편의를 제공해 주고 그 대신 클리엔테스는 파트로네스에게 표를 던져 주었다. 둘의 관계는 고대 시민사회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적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파트로네스는 영어에서 '후원자'를 뜻하는 'Patron'이란 말로 남았고, 클리엔테스는 클라이언트(Client)로 남아 있다.

현대사회에 와서 클라이언트는 '패트론의 후원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전문가에서 상담을 부탁하는 사람’, ‘영화제작을 의뢰하는 투자자’, ‘광고업계에서 광고주’, ‘사업상 거래처’ 등이 클라이언트로 불린다.
사회복지에서는 사례관리 등의 업무에서 '원조를 요청해 찾아오는 내담자'를 일반적으로 원어 그대로 부른다. 엄밀하게 말하면 원조가 필요해서 신청한 단계에서는 아직 신청자 신분이지만 복지기관에서 일정한 수속절차에 따라 동의하에 계약이 이루어진 시점부터는 클라이언트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들은 굳이 상담을 요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를 클라이언트라고 보통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어도 잠재적 서비스 대상인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계층을 통틀어서 말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정의 실현과 클라이언트의 복지 증진에 헌신한다.” 
1982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제정한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사회복지사’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클라이언트’다. 사회복지사가 사회정의 실현에 헌신하는 직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복지 증진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이라고 하면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클라이언트는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현대사회에서 클라이언트는 보통 고객을 뜻한다.
사회복지사에게 고객은 지역주민이다. 지역주민은 사회복지사가 헌신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공존해야 하는 대상이다.

인위적인 기준에 의해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으로 구분되어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해서 주민이 클라이언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에서 클라이언트 관계는 신청과 동의에 의한 계약이 이루어진 이후에 형성된다. 따라서 사례관리 등 한정적인 분야를 제외하고는 클라이언트를 사회복지사가 헌신해야 하는 대상으로 통칭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 제주스마트복지관 송장희 총괄 팀장
▲ 제주스마트복지관 송장희 총괄 팀장

사람이 가진 것이 망치뿐이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헌신해야 할 대상이 클라이언트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회적 약자로만 보일 뿐이다.

사회복지의 대상은 원조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만이 아니다.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사회복지를 누려야할 대상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회복지사가 흔히 쓰고 있는 CT의 의미가 클라이언트가 아닌 주민(citizen)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헌법에서 보장한 복지국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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