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기고〕정신건강복지법안에 관한 논란에 대하여

이용표(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사위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정신건강증진및정신질환자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안)은 일부 당사자단체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필자는 지난 3년간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 등 6개의 단체로 구성되었던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이하 생존권연대)’에서 출발하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동참하여 구성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이번에 반대성명을 낸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이후 연대에서 탈퇴하였고 탈퇴의사를 밝히지 않고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단체가 있었음을 밝혀둔다)에 참여해왔다. 공동행동의 일원으로 법안이 국회 내에서 제안되고 수정되는 전체 과정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일부 당사자단체의 반대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껴 이 글을 쓴다.

먼저 이 글이 당사자의 고생을 제대로 이해하는 못하는 전문가의 글이라는 선입견으로 독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필자의 정신장애인과의 관련된 삶을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병적 증상과 그로 인해 고생이 나타나는 패턴을 스스로 연구하고 동료들의 지원으로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동네 정신장애인 축구클럽에서 같이 운동하고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친구로 살고 있다.

2013년 정부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는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보장요구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공동행동은 정부안의 강제입원 해소를 위한 인권보호장치 미흡을 비판하면서, 정신장애인 탈원화와 지역사회복귀정책 추진을 위해 ‘정신장애인 권리보장과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의회에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김춘진 의원의 대표발의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발의안에 대하여 정부는 장애와 질병에 관한 통합정책 추진을 위한 전달체계의 혼란에 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위원회 대안으로 정신건강증진법안과 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을 통합하는 ‘정신건강증진및정신질환자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위원회 안에 대하여 정부와 공동행동이 동의함에 따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공동행동은 위원회 대안으로 병합된 (약칭)정신건강복지법안이 기존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의해 형성되었던 정신장애인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법률안이라는 평가하고 있다. 즉 헌재의 정신보건법 제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위헌심판을 앞둔 시점에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생존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의 근거조항 마련이 되었다는 것은 오랜 장애계 숙원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입법이라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위헌으로  판결을 내려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해 강제입원되어 있는 약 4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퇴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상황에서 이 법이 좌절됨으로써 지역사회 생존을 지원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면 그들 대부분은 노숙인이 되거나 현행법상의 다른 입원방식(현행법 제23조, 제25조, 제26조)으로 다시 입원하게 될 것이다. 위헌 판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법률안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통과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부 단체가 개정안에 대하여 인권적 측면에서 ‘기존법보다 더한 악법’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 이 법안의 두가지 큰 골자는 복지서비스 근거조항 도입와 인권보호를 위한 입원심사제 도입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이 법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왜 반대하고 있을까? 복지서비스 도입에서는 공식적 반대의 명분이 없다. 그렇다면 입원심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 자체가 입원심사제라는 인권보호장치의 실효성이 가질 수 있음을 역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부 단체는 이 ‘입원적정성심사위원회’가 ‘법관에 의한 심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도입도 되지 않는 제도의 운영에 관한 비판치고는 과도하다. 설사 법관에 의한 심사가 도입되더라도 대부분 빈곤계층인 정신장애인이 전문적 지식과 재력으로 무장한 의료기관과의 재판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생각해보자. 실제 행정적 권력이 더 가까이서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행정적 통제인가 혹은 사법적 통제인가는 하나의 정책상의 문제이다. 법관에 의한 심사가 도입되지 않은 것이 반대이유가 될 수 없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런 심사가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부 단체는 정신질환자 범주축소가 지역사회정신보건과 복지라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범주 축소가 정신질환자를 취업이나 자격취득에서 배제하는 여러 법조항에 의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전면적으로 차별을 배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존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미봉책인 것은 사실이지만 취업이나 자격 취득의 제한이 줄어드는 집단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필자 생각으로는 범주 축소가 지역사회정신보건과 복지사업의 명분을 축소시키지는 않는다. 법명에 정신건강증진이 포함되는 것은 정부 정신건강증진사업의 대상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건강증진사업의 대상이 환자를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듯이, 정신건강증진사업의 대상은 일반국민이든, 경증 정신질환이든, 증증 정신질환이든 모두를 포괄할 것이다. 오히려 이 법의 정신질환 범주가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의 개념에 접근하게 됨으로써 복지서비스는 명분이 커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축소된 범주의 정신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복지정책이 만드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일부단체의 대형 정신병원 설립제한 해제, 정신요양시설 설치규제 완화 그리고 자의입원 환자 퇴원거부 등에 대한 주장은 명백한 사실관계의 오류이다. 법안 제19조에서 정신병원 병상제한은 현행법과 동일하고, 제22조에는 현재까지 사회복지법인이나 기타 비영리법인에 설치하도록 하였던 정신요양시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공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민간에 대한 허가주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의입원 환자에 대한 정신의료기관 퇴원거부권 주장은 제42조 동의입원과 혼동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이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다는 일부단체의 주장에 관한 것이다. 이 조항은 현실에서 경찰관들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을 시키던 관행에 정부는 법적 근거를 부여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제44조 제2항은 경찰관이 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에서 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존의 쉬운 관행에 대한 통제가 가해진 것으로 나는 해석된다. 이 부분을 당사자들과 토론하면서 가슴이 매어지는 것 같았다. 수많은 강제입원으로 경찰이라는 문구가 법안에 등장한 것만으로 긴장하는 당사자에게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이 조항에 대한 법안심사소위를 참관하였던 필자에게 전문가시각의 한계가 있음을 고백한다.

적어도 이 법안에는 정신장애인 인권옹호를 위해 일했던 공동행동의 3년간의 노력이 있었음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상대가 있는 정치적 과정에서 100%가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1%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1%에도 아무런 사심 없이 열정을 바친 많은 활동가들의 오랜 땀방울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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