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년뇌병변장애성인의 ‘소통의 공간’을 꿈꾸다
청·장년뇌병변장애성인의 ‘소통의 공간’을 꿈꾸다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3.02.20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최경자 회장

저는 지난해 8월 취임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신정순 전 회장님께서 워낙 업적이 많으셨기 때문에 후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을 느낍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 돼 선진국 문턱에 와 있기 때문에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예전보다 복지가 많이 좋아졌기는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정부에서 자주 생애주기별서비스 또는 문화·체육생활 향유 등을 내세우는데, 그 서비스가 필요한 당사자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뇌병변장애인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몸을 흔든다’는 것인데,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많이 흔들립니다. 뇌병변장애인의 90% 이상이 혀 또는 목 안의 마비로 언어장애가 있는데,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지적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아이가 뇌병변장애가 있는데, 제 아이를 기른 내용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어느 날은 통학하는 문제, 어느 날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문제, 어느 날은 학교에서 또래와 어울려 밥 먹는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당사자의 말을 귀담아 듣고, 당사자의 요구를 법제화해야 올바른 정책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인식 또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지면 무릎이 깨지기도 하며 흉터가 남기도 합니다. 이처럼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가끔 제 아이와 식당을 가면 직원들이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장애인도 사회의 일원이며, 똑같은 이웃입니다. 따뜻한 눈길과 함께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조금 더 편한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 있어서는 안 될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여성장애인활동가가 화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죽었고, 어린 남매가 화재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고, 사회적 차별을 견디지 못한 여성장애인이 자살을 택했으며, 노인이 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외손자와 함께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작은 장치와 배려만 있었더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뇌병변장애인 및 지체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거나 도로를 다닐 때, 비장애인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화재 사건으로 숨진 여성장애인활동가에게 이웃과 연락할 수 있는 소통 장치라든가, 원격조종기 등이 있었다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고, 혼자 휠체어를 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것입니다.

또한 비장애인의 무관심이 장애인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주변에서도 장애인에게 ‘도와드릴까요?’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도 많은데, 원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를 밝히기 때문에 항상 먼저 손길을 내미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각과 함께 관심을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는 지난 34년간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청·장년을 위한 중증취업훈련센터를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업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는 뇌병변장애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취업훈련센터지만 훈련을 거쳐 취업하는 것만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청·장년장애인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즐기는 공간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