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로 만드는 예술 ‘화각장’
쇠뿔로 만드는 예술 ‘화각장’
  • 이지영 기자
  • 승인 2012.12.0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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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109호 화각장 이재만

▶ 국가의 소중한 인간문화재, 어떻게 지내나?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유물 등의 복원사업도 하고 있고, 문양집도 발간해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은 해마다 해외전시를 많이 하고 있지만,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 유물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워서 하나하나 찾아 다시 도안을 만들고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해외를 많이 나가게 되는데, 사명감 있게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보다는 해외에 나가있는 유물들이 안타깝게도 손실되고, 제대로 취급받지 못해 그냥 부서져나가는 것들이 속속 나오기 때문에 치료도 하고 보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 화각장이란 무엇인가?
화각장을 한문으로 보면 화려할 화(畫), 뿔 각(角)입니다. 다시 말해 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각질공예입니다. 소뿔을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옛날에 실크로드의 역사를 보면 물소 뿔을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화초장’이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를 보면 화초장 노래도 나오죠? 화초장은 유리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또 일부에서는 소목에다가 채색화해서 나오는 화초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화각장은 외국에 들어오는 물소 뿔 등이 있었는데 투명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궁 등에 많이 사용했고, 우리나라 순수 한우 황소 뿔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화각공예 밖에 없습니다.

화각공예 재질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쉽게 말해서 젖소 뿔이 있고 암소 뿔이 있습니다. 외국소의 뿔은 전혀 쓸 수 없고, 동양에서도 유독 한국 소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2년생 송아지까지는 소뿔이 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하 3~4년생 정도 되는 뿔이라야 합니다.

두 번째로 요즘은 먹기 위해서 소를 키우지 않습니까. 옛날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 생활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래서 풀을 먹인 소가 적격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뿔은 풀을 많이 먹은 소로, 투명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사료 먹은 소뿔은 투명도가 떨어지고 풀을 먹은 소만이 가공했을 때 각질이 굉장히 투명하다는 것입니다.

틀을 짜는 설계를 처음 해야 하고, 좋은 것을 골라서 써야 하기 때문에 소뿔을 선별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가공기술이 또 필요합니다. 가공해서 밑그림을 그리려면 화공기술이 있어야 하고, 다음에 채색을 하는데 물감을 만드는 기술도 있어야 합니다. 화각에 들어가 있는 물감은 쉽게 구입하는 물감이 아니고 돌가루 석채를 고운 분말을 만들어서 어교라는 접착제를 넣고 으깨서 물감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화공, 물감 또 접착과정에서부터 가공과 마무리 옻칠까지 다 화각장이 해야 합니다.

▶ 밑그림 도안을 그리는 데 어려움은 없나
옛 것을 많이 보고 거기서 착안을 많이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그렸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저는 새벽 3시면 기상해서 운동하러 나가기 전까지 3시간씩 도안 작업을 해요. 평생 그렇게 해왔어요. 그래서 많은 도안을 갖고 있지만, 유사한 도안도 아니면서 특이한 도안이 많이 있어서 문양집도 만드려고 합니다.

▶ 30여 개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화각장
작품의 규격과 사이즈가 다 다르겠지만, 소규모로 잡았을 때 한 작품을 만기 위해서 다음 작품 연결을 계속 시켜가면서 작업합니다. 그래도 빨라야 1개월, 오래 걸리면 1년이 걸립니다. 아직 미완성품된 것은 20년이 넘었는데도 완성도 못된 것도 있습니다.

도안서부터 모든 소재를 제공받아야 하고, 작품을 평생의 한 작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뿔이 한 3,000여 장이 들어가는 대작입니다. 그 작품은 제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완성할 작품입니다.

▶ 작품을 만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나?
작품이라는 것은 ‘상품’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상품은 허드레하게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많은 사람을 상대해서 팔 수 있지만, 작품은 혼신을 넣어서 한번 만들 수 있는 것이 작품입니다. 그렇게 후손들이 관리하고, 외부 박물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작품이거든요. 작품을 만들 때는 항상 깨끗하게 목욕하고, 심도 있게 생각하고 일을 합니다.
한번정도 실수해서 잘못 만든 작품을 달라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과정이 아닙니다. 과정이 잘못된 건 아예 버리고 새로 하니까 미완성이 없습니다.

▶ 어떠한 부분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문화성을 갖고 있는지?
화각공예가 화려한 만큼 어려운 과정은 있지만, 일단은 누구나가 봐도 아주 색채미술에서는 최고로 칠 수 있는 화려한 공예품입니다. 그리고 쓰임새가 옛날에도 보면 생활의 패턴에 문갑, 탁자 조그만 농들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조시대 때 많이 쏟아져 나왔던 고가구와 같이 봐도 손색이 없는 아주 화려한 공예입니다.

외국공예품과 같이 놔도 뒤처지지 않는 화려한 공예품이기 때문에 굉장히 외국에서 더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장할 수 있는 공예품 중에 제일 화려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화초장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 화각장에 관심 갖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 줄 말이 있다면?
지금 당장 누군가가 바로 와서 배운다는 것은 참 시기적으로 힘들어요.
기다림과 장시간의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바로 배울 수 있거나, 완성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제도적으로 교육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교과서로 배우고, 슬라이드도 보고, 작품도 체험해 보는 등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학에 전공과목 과가 생길 거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전통공예과가 생기면서 화각공예, 나전공예 등이 쭉 나열돼야 되겠죠. 그렇게 해서 제도로 해 나간다면 앞으로 20년 내지 22~23년 정도 되면 제자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어떤 공예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떤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디서 어디까지 열심히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각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훗날 ‘내가 이것이 꼭 업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취미생활을 할 것이냐’ 등의 방향전환을 잘 선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