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도전이 있어 힘이 난다
나를 위한 도전이 있어 힘이 난다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2.10.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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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가 주영숙

저는 소설, 시, 자수, 그림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이른바 ‘종합예술가’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간 무작정 작품 활동을 하다가 50세에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데, 50세 때 벽화를 그리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오른쪽 다리를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희망을 대학교에 걸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많이 쓰고 결혼도 했지만, ‘넌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잖아’라는 시선이 있어 더욱 대학교에 가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새삼 50이라는 나이에 99학번으로 대학교를 갔습니다.

당시 졸업을 목표로 했기에 박사 과정까지 갈 줄 몰랐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는 데 나이차이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었습니다.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는 상황에서도 다른 학생의 이의제기로 양보해주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기억력은 젊었을 때만큼 좋지 않지만, 주입식 공부가 아닌 대학교 공부기 때문에 오히려 잘 적응했습니다. 특히 교양과목에서는 연륜이 빛을 발휘하는 셈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시조로 등단했는데, 시조를 알면서부터 소설에서도 시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관한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을 썼는데, 박사논문의 경우 사설시조의 변형 양상을 연구해 한국현대소설을 중심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설시조는 3음절 2구가 5에서 9까지 되는, 시조의 파격이라고 합니다. 모든 문장을 사설시조로 풀 수 있는 동시에 서론, 본론, 결론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설시조는 세계적인 문장법이 될 가능성이 있고, 장편소설 또한 판소리 가락으로 엮어 풀 수 있기에 한국문학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20세 조금 넘었을 때 거제도에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일찍 결혼해 24세, 26세 때 아이 둘을 낳고 키웠습니다. 집에 엄마가 없으면 정서상 안 좋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할 일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해서 40세 되기 전 첫 시집을 냈습니다. 첫 시집은 ‘가을 시인에게’라는 이름의 육필 시집입니다. 어느 날 길가에 뒹구는 낙엽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잘 안되다 보니 나뭇잎을 따서 책갈피 안에 넣어놓았습니다. 그것을 회선지에 깔고 다른 그림을 그려 넣고, 독백 같이 일기를 시처럼 썼던 것입니다.

첫 장편소설로는 ‘내일은 죽을 수 없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첫 소설을 쓸 당시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원고지에 쓰곤 했습니다. 정말 옛날이야기처럼 잘 안 써진 원고는 뜯어서 구겨버렸던 때입니다.

제 꿈은 원래 소설가였는데, 아버지께서 말리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소설가는 일류에서 사류까지 살아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간접 경험이 있다는 말씀은 안 해주셨습니다. 생동감 있는 소설을 쓰려면 발로 직접 뛰어 체험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당시에는 왜 발로 뛰어야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나중에 소설을 쓰면서 황진이와 송순에 관해서 쓰다 보니 전라도 면앙정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의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글쓰기에 앞서 부산에서 배운 미싱자수로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재봉틀 소리가 거슬렸고, 정적으로 할 수 있는 동양자수를 택했습니다. 어느 날 한복과 동양자수를 배울 기로에 서게 됐는데, 그림들이 아름다운 동양자수를 배우기로 결심해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보통 도안한 데 색을 칠해 수를 놓기 시작하는데, 저는 직접 선만 그린 도안을 놓고 그 안에 그림을 그리듯이 수를 놓습니다. 누군가로부터 형식을 전수받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문화재는 포기하고, 전통공예대전에 입선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제 가장 큰 목적은 죽기 전에 소설 한 편을 쓰는 것입니다.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스스로 만족할만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것도 동양자수도 전부 뛰어다니며 하는 일이 아니라 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신일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지는 힘이 생겨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 비명을 질러가면서도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