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조완규 상임고문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는 1997년에 설립됐습니다. 소위 ‘후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어린이 700만 명이 매해 설사병, 말라리아, 결핵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50년대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 말라리아 등이 일어 많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재도 세계 곳곳의 많은 어린이들이 같은 질병으로 죽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질병에 대한 예방약 및 치료약을 개발해야 하지만, 선진국은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1990년 세계 77개 나라 정상들이 모여 국제백신연구소 설립을 논의했습니다.

1993년 UNDP(유엔개발계획)가 여러 나라에 국제백신연구소 설립을 권유했고, 그 권유를 받아들인 나라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입니다. 1999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으며, 국제백신연구소는 국제기구로 18여 개 나라의 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1993년 국제백신연구소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훗날 민간단체가 돼서 정부에게 UNDP에 신청서를 내도록 압력을 넣는 활동을 했습니다.

다행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국제백신연구소를 설치하는 데 동의했으나, 몇 가지 조건이 따랐습니다.
일정 면적의 부지와 운영비 일부 부담이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에서 1억 5,000만 불을 지원했고, 한국은 매년 운영비의 3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제약업체 및 자선단체에서 재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 70%에 대한 부담을 메우기 위해 1998년 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초대 회장은 김재순 전 국회의장, 후원 명예회장으로는 이희호 여사를 시작으로 역대 영부인이 맡고 있습니다. 후원회의 첫 번째 목적은 정부와 국제기구 사이의 가교 역할, 또는 국제백신연구소와 관계인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사업, 모금활동 등을 활발히 하는 것입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중국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전염성 질병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북한은 결핵에 걸린 어린이들이 많고, 아프리카는 말라리아 때문에 함부로 여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1년에 7,00만 명이라고 하니,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설사병에 대한 백신,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 결핵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설사병 가운데 콜레라 백신은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이 백신을 맞는 데는 40달러(한화 5만 여 원)가 필요한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어 저렴한 백신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는 하지만 수익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 제약 업체 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지고,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제백신연구소에서 1달러(한화 1,000원)짜리 콜레라 백신을 개발했는데, 주사로 맞는 백신이 아닌 마시는 백신입니다.
한국과 인도의 일부 제약 업체가 만들고 있으며, 꾸준한 보급이 이뤄진다면 콜레라 또는 설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느 연구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한 가지 백신을 개발하는 데 10여 년과 10억 여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백신 개발 자체가 어렵고, 인력 및 재원을 활용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제백신연구소는 빌 게이츠 재단이나 록펠러 재단과 같은 외국 자선단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재력 있는 개업 및 재단 등의 지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국제백신연구소를 유치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냉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여기에 돈을 쓰느냐’, ‘왜 여기에 돈을 내야 하느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을 질병에서 하루빨리 해방시켜주자는 것입니다.

세계 유일한 백신개발연구소이자, 우리나라 최초 국제기구로, 모두가 협력해서 함께 키워나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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