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영국 여행을 하던 때의 일이다. 빨간 2층 버스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출입문이 열리고, 버스를 타는데 뭔가 어색했다. 계단이 없는 것이다. 그저 우리나라 버스와는 다르다고만 느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던 찰나, 30대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 불편없이 보도에서 버스 안으로 자연스레 올라타는 걸 보고, 그제야 나는 그것이 교통약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저상버스’라는 걸 알았다.

그때로부터 무려 10년이나 흐른 지금, 우리나라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적으로 12.8%(2011년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6년까지 41.5%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획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교통약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저상버스가 갖고 있는 문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사를 보도해, 이에 발끈한 장애계단체가 공식사과․정정보도를 요청한 일이 있다.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장애인을 단지 이윤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이 기사에 대해 본인 또한 유감스러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속상했던 건, 저상버스가 오로지 장애인만을 위해 도입된다는 식으로 여기는 점이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에게만 편한 게 아니다. 앞에 사례에서도 언급했듯 유모차가 쉽게 승․하차 할 수 있으며, 어린이․임산부․노인 또한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앞으로 산모가 되고, 노인이 되고, 장애인이 될지도 모를 ‘나’. 더디게 보급되는 저상버스 문제는 조만간 내가 겪어야 할 ‘불편’이 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이 문제에 있어 장애인들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비장애인 또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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