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풍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정부에서 여는 행사, 다른 하나는 장애계단체의 투쟁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로 다른 모습의 두 풍경은 돌아왔다. 정부의 주최로 ‘제3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서울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렸고, 김윤옥 여사,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서울 보신각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복지부 앞까지 행진했다.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요구하며 복지부 장관 면담을 수차례 요청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 임채민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는 “정부가 하루 즐겁게 지내라고 정해준 날, 날씨도 더운데 왜 여기 왔는가. 우리가 투쟁 현장에 온 이유는 그동안 쌓인 분노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곳에서 장애인의 날 하루 장애인에게 행사를 베푼다. 하지만 364일 내내 억압 받다가, 1일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기뻐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월이 변하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의 기준이 되는 사회복지의 현실은 어떤가.

필요가 있든 없든 장애등급제로 서비스를 쪼개고, 얼굴조차 보지 못한 부모가 어디선가 집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비를 받을 수 없고, 편협한 장애인식으로 발달장애인은 장애인생활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

문화 및 체육활동 또한 꿈도 못 꾸는 게 장애인의 현실이다. 편의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요구한다 해도 쉽게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당초 만들어질 때부터 ‘장애인’은 이용 대상에서 빠져있는 셈이다.
그나마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은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해 그들이 느끼는 차별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안주하지 말라’, ‘당당하게 맞서고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회복지 정책의 주는 대로 먹고 끝내라는 식은 여전하다.

왜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정부의 마음대로 당사자의 권리를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장애계단체의 투쟁이 너무 거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번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이 소외계층이라면, 두 풍경 중 틀린 그림은 과연 무엇인가.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