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이동복 원장

지난 해 11월 22일 국립국악원 원장으로 취임한지 120여 일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국립국악원이 문을 연지 만 61년이 되는 해로, 국악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옛날 왕립음악기관으로 가장 오래된 국가음악기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 신라시대 경덕왕으로부터 비롯된 국가 왕립음악기관이었습니다.

우리민족의 소리를 이어가기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누자면 ▲국악공연 개발 및 보급 ▲국악 연구 ▲국악 진흥입니다. 국악의 역사를 정리하고, 수많은 활동과 함께 미래를 펼쳐나갈 발전 전략을 구상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번 해에는 서울과 지방을 합한 네 곳의 국악원에서 모두 8가지 프로그램이 주 5일제로 진행됩니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국악미술, 발레와 연계한 ‘가족문화탐방’, 판소리유적지 탐방과 연계한 ‘토요판소리여행’, 장애청소년가족국악체험 등이 있습니다.

외국인 국악강좌로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해외 현지 교육으로 나눠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국악교육 모집을 진행했는데 9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본국에 돌아가게 되면 우리 대신 국악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동반한 관객을 위해 유아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4~7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악기 만들기·전통문화 체험·간식 제공 등 국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1962년 제가 중학교 때 국립국악원 부설 기관인 국악사양성소에 들어가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대학원을 마치고 1979년 4월 3일부터 장악과의 연주단에서 만 3년을 지내다가, 1982년 공주사대에 가서 2년, 1984년 경북대학교 국악과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30여 년 만에 이 자리로 돌아온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격세지감입니다. 조직은 상당히 비대해졌고, 그만큼 해야 할 역할도 많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립국악원 원장을 맡다보니 주제가 이론에서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국악의 현재와 미래라는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에 국악계 전반에 대한 현안과 해결책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국악의 대중화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일제강점기 문화통치로 인해 우리소리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빼앗겼고, 개화기시대 때 왜곡된 개화로 우리 것을 많이 잃었습니다. 우리소리 교육의 부활 및 보급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교육을 비롯한 생활 속에 국악 보급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생활거점이 되는 공공장소에 약 733곡의 음원을 보급했습니다. 국악동호회 및 온라인모임을 지원해 국악문화 확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E-국악 아카데미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예능을 통한 대중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몽골 대통령궁에서의 공연입니다. 몽골 쪽에서는 현악4중주가 나와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금을 들고 독주했습니다. 당시 몽골 인사가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는데, ‘아리랑’·‘도라지타령’·‘한오백년’과 같은 민요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국악이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악인의 위상이 먼저 높아져야 합니다. 국립국악원 역시 이를 위해 연주단의 명품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단원들의 주기적인 연주 기량과 성과를 평가하고,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단원들의 예능 감각을 발굴하기 위해 홍보를 확대하고, 처우개선 및 창의성개발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것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전세계인이 고품격 우리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실 국악을 자주 접하면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직접 악기를 배우거나 노래하면 훨씬 더 가까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를 어떻게 듣고 해석해야 하느냐고 받아들이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물론, 문화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배움이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국악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국립국악원을 자주 찾아주시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고, 우리 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사회의 모든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희망’입니다. 국악도 냉정히 바라본다면 문화에서는 소외된 분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싹을 틔울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에 위로가 됩니다. 국악이 힘든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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