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숭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한 졸업생이 주목받았다. 그 주인공은 국내서 공부해 청각장애인 최초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오영준(남·37, 청각장애 1급) 씨.

1살 때 사고로 청력을 잃은 그는 서울농학교와 성공회대학교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숭실대학교 컴퓨터학과에서 수화번역시스템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학위 취득 후에는 카이스트에서 4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다 연구비 중단으로 인해 퇴직 후, 2008년 숭실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해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HCI) 분야’의 연구를 해 왔다.

숭실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가족과 지인의 축하를 받는 오씨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청각장애인 친구들은 수화로 연신 축하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청각장애인 박사 1호’ 타이틀을 따고 싶었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해 기쁘다. 가족들과 청각장애인 친구들, 청각장애계도 자랑스럽다는 인사를 전해왔다.”며 졸업 소감을 밝혔다.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취업의 어려움을 겪던 그는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공단을 통해 취업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문을 두드려 대기업 연구실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터뷰에서 그는 “장애인 당사자는 스스로 잠재력을 활용해 자신의 장점을 두각하고, 어필하는 자신감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고학력 장애인은 자발적으로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세미나·강연회, 논문 학술대회 참석, 저널 논문 발표, 취미 모임, SNS를 통해 인맥을 만드는 우회적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외국의 다양한 장애인 취업 사례와 청각장애인 고용시 함께 수화를 하는 사원을 함께 고용하는 외국의 기업 등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장애인의 취업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노동정책은 개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저임금과 단순·생산직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최고의 장애인 복지는 일자리’라고 외치고 있는데, ‘최고의 장애인 복지’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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