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차흥봉 회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60년 전 창립됐습니다. 국가의 사회복지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민간의 사회복지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도 지원하는, 민과 관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전반적인 책임과 함께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을 굉장한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발전해 선진복지국가의 문턱에 들어가는 시점에 있습니다. 과거 여러 시련과 어려움을 미뤄볼 때 정말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가도록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의 본질은 ‘인간사랑’입니다. 인간에 대한 마음이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하며, 복지의 목표는 인간사랑을 통해 나눔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를 보면 정치권에서는 정파에 따라서 이해관계나 정약적으로 복지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지의 본질은 하나기 때문에 정파가 다르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사회복지혁신발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 단계에 맞게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하는 일을 좀 더 발전시켜보자는 의미에서 만든 것입니다.
국가에서 하는 사회복지정책을 지원하고 돕는 조사·연구·교육·국제교류 등을 좀 더 발전시키고, 민간이 참여하는 사회복지 또한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나눔사업도 확대하도록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직도 개편하고 경영도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시한 목표 중 하나가 국가의 사회서비스정책을 본격적으로 뒷받침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 또한 민간자원을 동원해 나눔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1952년 한국전쟁 중 폐허가 된 터전 위에서 전쟁고아 등을 돕는 시설을 모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60년간 많이 발전했고, 사회복지시설도 10만 개가 넘었으며, 그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발전했습니다.
 
9월 7일은 국가가 기념하는 사회복지의 날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복지 기념행사와 함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하는 일 중에 사회복지시설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사업과,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연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60년 역사를 담는 박물관도 만들어서 후대에 남기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나눔활동 및 나눔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발전하고 있는데, 원래 사회복지란 민간이 인간사랑과 이웃사랑을 기초로 두고 발전시켜왔던 것입니다. 물론 근세에 와서는 국가가 사회복지를 많이 합니다만, 그 원뿌리는 민간에게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 나눠서 더불어 살도록 하는 사업을 했고, 그런 나눔사업들이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단체나 기업에서도 많이 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그런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식품기부활동,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자원봉사활동 등을 앞으로도 발전시켜나갈 예정입니다.
 
2013년에 열릴 제20차 세계노인학대회의 조직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데,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이자 학술대회입니다. 노인문제에 대해서 의학적·자연과학적·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4년마다 한 번씩 대륙을 돌며 한 자리에 모여 학술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6,000명 이상의 학자들과 함께 4,000~5,000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대규모 학술대회로, 전세계의 노인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 6월 서울시 코엑스에서 열리며,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 위해 8년 전 유치에 성공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시점에 있기 때문에 노인문제가 큰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런 고령사회 노인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도 제시하고, 전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노인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제 스스로 ‘내가 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저는 시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끼니는 물론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상황들을 많이 보면서 컸습니다. 저희 집만 하더라도 어머니께서 땟거리가 없어 우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제가 고등학교를 마칠 때쯤 대학교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아 공장에 들어가 일했습니다.
스무 살이 점점 가까워지자 대학교에 들어가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돌이켜봤을 때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무원 생활도 하고, 교수 생활도 하고, 한 40년간 계속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책임감과 함께 보람도 느꼈습니다. 특히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1999~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린 시절이 생각 나 눈물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공부를 가까이 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공부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신 이후로 계속해서 공부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서는 밥벌이를 위해 취직을 하려고 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너는 대학교수를 해라’라고 말씀하셔서 또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공부란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배우는 것 자체가 공부라는 뜻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그 해 추석 때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뵀습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에게 주는 선물을 들고 찾아가 큰절을 올리며 ‘선생님께서 제 큰 조언자가 돼주셨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 연세가 일흔이셨는데 50년이 지나 드린 인사가 참 기분 좋고 감사했습니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는 것이 복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복지는 생활의 문제입니다. 옛말에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콩 하나를 갖고 두 사람이 나눠먹는다는 것은, 남을 생각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쓰입니다. 그것이 바로 복지입니다.

가까운 이웃이 어려워할 때 마음으로 다가서서 도와주는 것,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작은 모습들이 모여 훈훈한 사회와 복지국가의 모습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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