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칼럼]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복지시설 비리’라면 이른바 ‘에바다 사태’일 것입니다.

에바다농아원과 에바다학교, 이곳에 일어났던 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민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한 장애인이 ‘에바다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일파만파 파장이 커졌습니다.

당시 에바다사태공동대책위원회가 학계·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이 돼 이사회를 교체하고, 에바다 사태는 극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구 재단 측은 물러났고,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대위측에서 에바다학교와 농아원을 접수함으로써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대위측, 당시에는 민주인사측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곳의 추천으로 제가 에바다 복지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그 일련의 과정을 겪고 처리·해결하면서 이번 도가니 사태를 보며 느낀 점이 실로 큽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도가니 사건’과 ‘에바다 사건’은 유사점도 많고 공통분모도 많습니다.

우선 에바다법인이나 도가니의 우석법인은 모두 청각장애인학교입니다. 즉 농학교와 농아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같습니다. 두 법인 모두 족벌재단이었고, 강제노역 등 문제가 야기된 내용도 유사점이 많습니다. 에바다와 도가니는 똑같이 농아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소요와 내부적인 정보가 전달됐고 고소·고발돼 법정에 서게 된 점도 공통분모입니다.

하지만 에바다법인과 도가니의 우석법인의 처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에바다법인은 학교나 시설을 유지할 수 있게 법인이사회를 전원 교체해 학생들이 학업이나 시설에서 양질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새롭게 살려냈습니다.

하지만 도가니의 우석법인은 법인취소가 되어 결국 학교나 복지시설은 문을 닫게 됐고, 학생과 원생은 새 길을 찾아 나서는 형국을 맞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에바다와 도가니는 그 근본이 다르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에바다는 비리재단 정리였다면, 도가니는 교장을 비롯한 구성원 일부의 성폭력사태가 주 내용입니다. 이러한 에바다와 도가니의 다른 점은 저도 인정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며, 추구돼야 될 내용은 에바다나 도가니나 ‘장애인 생명을 새롭게 살려내야 한다’는 당위입니다.

학령기에 있는 장애학생은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또한 또래집단과 사회에 어울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도 국가·사회가 해야 될 책무입니다. 과연 이러한 ‘누가 맡으며,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가 관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성범죄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성범죄자의 퇴출도 정당합니다. 그러나 여론몰이나 마녀사냥식으로 법인을 취소하고, 오히려 장애인이 갈 곳을 잃게 만드는 것은 정말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공익이사를 파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며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또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과연 현 시점에서 이 논의만으로 가능할까요? 도가니의 장애학생들의 치유와 새로운 삶을 위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