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예술인 박상덕 미술작가 인터뷰

“그림은 외로움을 채워주는 친구다. 작품 활동은 언제나 행복하다.”

박상덕 작가(56, 청각·지체장애)는 미술작가로 살아가는 행복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한국청각장애인예술협회에서 주관한 ‘여향(餘香)의 풍경전’에 참가한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 ‘기억을 찾아서’ 등 3작품을 전시했다.

서양화를 그리던 박 작가는 최근 유화를 변형해 한국적인 멋을 가미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황토를 바탕에 바르고 색을 입혀 표현하는 작품에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섞여 모양을 형상화되기도 한다.

▲ 박상덕 작가와 그의 작품 '기억을 찾아서' ⓒ정두리 기자
▲ 박상덕 작가와 그의 작품 '기억을 찾아서' ⓒ정두리 기자
특히 ‘기억을 찾아서’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루방과 파란 바다가 황토를 활용한 그의 작품으로 들어와 한국의 멋을 한껏 담아내고 있다. 또 고려시대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동물과 자연을 못으로 표현해 새로움을 전해준다.

박 작가는 "우리가 항상 살아가며 많은 것을 잊고 있는데 그 모든 추억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작품에 담았다."고 소개하며 “못으로 섬세한 표현을 해야 해 손이 부르트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것이 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11살 때부터 시작해 벌써 40여 년 동안 그림과 함께하고 있는 박 작가는 청각장애인이자 왼팔이 절단된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큰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두 번의 개인전과 초대전 외 다수의 전시회를 열었고, 지금은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대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작가는 어릴 적 흙에 손과 나무를 가지고 자연을 표현하거나 만화를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이를 본 아버지가 그의 소질을 발견하면서 유년 시절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아오기도 했다.

박 작가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상장과 메달을 받아오면 너무 기뻐하셨다.”며 “가족들의 칭찬이 나의 소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방앗간 기계에 껴 팔을 잃었을 때도 가족들은 할 수 믿음을 줬고 지금의 박 작가가 미술작가로 성장하는 데 힘이 됐다고.

그렇게 키운 미술에 대한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기도 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전문적인 교육은 불가능 했고, 단 하루 방문했던 미술학원에서 본 석고상을 기억하며 데생 연습을 해야 했다. 그는 “단 한 번의 기억으로 그림의 기초를 공부했던 나에게는 그만큼의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후 공모전에 출품하고 실력을 키우며 공부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나이가 들다 보니 체력이나 시력이 조금 떨어져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데 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마지막 꿈이 있다면 세 번째 개인전을 열어 그동안 그렸던 서양화에 동양의 멋과 미를 조화시킨 작품으로 선보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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