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도서출판 지식의숲(넥서스) ⓒ2007 welfarenews
▲ 사진제공/ 도서출판 지식의숲(넥서스) ⓒ2007 welfarenews

“나는 언제나 엎드린 채 세상을 바라봐온 사람이다. 두 발로 서서 보는 세상과 엎드려서 보는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엎드린 사람은 지구의 진동을 더 가깝게 느낀다는 말이 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 현재 그녀의 정체성이다. 소위 말하는 금배지를 달고 할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의원이기 이전에 그녀는 장애인이요, 무학력자요, 여성이요, 빈민이었다.

“금정산 하늘빛은 언제나처럼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하늘빛은 모든 생명이 부여받은 평등의 빛인 반면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 기본권마저 빼앗아버리는 불평등의 빛이었다. 자연의 빛은 나를 밖으로 이끌었지만 사람의 빛은 나를 구석으로 내몰았다.”

세상이 흔히 이야기하는 사람의 가치에서 한참 멀어지는 그녀의 정체성들... 말하자면 어둠뿐인 세상 가운데 홀로 엎드려 있었던 여인 장향숙. 그러한 그녀가 긍정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 깊은 긍정의 힘은 바로 만리장서(萬里長書)였다.

태어난 지 1년 6개월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그후 20여년을 방 안에서만 지내야 했던 장향숙 의원. 그녀는 문지방을 기어다니며 ‘성경’을 통해 글자를 스스로 깨우쳤다. 문자를 익힌 후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거침없이 읽어 내려간 수많은 책들. 카잔차키스, 카뮈, 스콧 펙, 키에르케고르, 쇼펜하우어, 생 텍쥐페리, 리처드 바크, 미셸 푸코, 김용택의 연시... 독서는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요,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의 집합이었다.

“무엇인가 받아 적을 수 있는 하얀 종잇장 같은 깨끗하고 밝은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 지성인의 길이 놓여 있다. 그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책의 역할이다. 책은 커피의 필터 같아서 사람의 심성에 좋은 필터 역할을 함으로써 더 깊고 풍부한 영혼으로 이끌어주며 진정한 지성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독서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부딪쳐보리라! 예민해지리라! 생기나는 감각을 가져보리라!” 외치며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후 그녀는 청소년 선교모임 ‘영라이프’, 장애인 재정지원을 위한 ‘황금고리 운동’ 등을 통해 활동가의 기반을 닦고 장애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을 만들어 본격적인 인권활동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를 토대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을 마련하는 등 장애여성의 인권신장 확대를 위해 열정을 바쳤다.

남들의 비뚤어진 시선에 머물지 않고 만리장서를 통해 긍정의 힘을 얻은 그녀. 장애인이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타인의 어두운 골방에까지 손을 뻗친 그녀의 삶은 우리를 진정한 긍정의 길로, 희망의 길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서평은 그녀가 말하는 ‘깊은 긍정’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한번 이 책을 손에 들고 감히 내 손에서 이 책장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내가 교만하고 무지했었는지 부끄럽고 되돌아보게 되기까지 한다.” - mbible80

“장 의원의 삶은 크고 작은 시련을 견디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힘이 될 것이다.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chanseull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